기획의도와 내용
- 책 소개
2008년 데뷔 후 추리와 미스터리, 호러 등 장르를 망라하며 한국 문학에 크게 자리매김해온 전건우의 열두 번째 장편소설. 이번에는 촉법소년이라는 예민한 우리 사회 이슈를 한국형 스릴러로 풀어냈다.
소설은 어둠이 깊게 내린 밤, 주택가의 한 골목에서 시신이 발견되며 시작된다. 이번에도 시신의 일부가 사라져 있다. 세 번째 희생자다. 촉법소년과 얽힌 ‘A군 연쇄 살인 사건’의 서막이 그렇게 오른다. 사건 담당자로 서울경찰청 광수대 조민준 형사가 배정된다. 어릴 적, 호기심에 친구를 크게 다치게 한 자신의 반사회적 기질을 억누르며, 오히려 범죄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유능한 경찰이 된 그는 굵직한 사건을 속속 해결하며 빠르게 승진했다. 그런 그에게도 이 사건은 어딘지 고약하다. 거의 완벽하게 자신을 감추며 잔혹한 사건을 이어가는 이 괴물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설은 마지막 순간까지 범인의 정체를 감추며 읽는 재미를 안겨주는 동시에,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 즉 촉법소년의 범죄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도록 이끈다.
- 작품 소개
“촉법인데 뭐가 무서워요?”
한국형 스릴러로 만나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
촉법소년과 얽힌 ‘A군 연쇄 살인 사건’
자신을 완벽하게 감추며 살인을 이어가는 괴물의 정체는 무엇인가?
“K-호러의 장인”, “한국의 스티븐 킹” 등 전건우를 지칭하는 수식은 화려하고 다양하다. 그가 여러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깊은 산의 마르지 않는 약수처럼 이야기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촉법소년 살인 사건』은 2008년 데뷔한 뒤 성인 장편소설로만 열두 번째 발표하는 작품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수식은 아마도 ‘K(한국)’일 것이다. 『고시원 기담』에서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살아가는 한국 청년의 현실을 기담으로, 『어두운 물』에서 수귀라는 소재를 통해 한국 정통 호러의 진면목을, 『불귀도 살인 사건』에서는 의심과 불안으로 가득 찬 섬을 배경으로 조선 시대부터 내려오는 저주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번에는 한국 사회의 예민한 이슈 중 하나인 ‘촉법소년’이라는 소재를 스릴러로 펼쳤다. 마지막까지 범인이 누구일지 절묘하게 감추며 스릴러 장르의 정수를 보여주는가 하면 이 민감한 사회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지 고민하도록 이끈다.
4일간 펼쳐지는 숨 가쁜 전개,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의 조합,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멈출 수 없는 페이지 터너
소설은 어둠이 깊게 내린 밤, 주택가의 한 골목에서 시신이 발견되며 시작된다. 이번에도 시신의 일부가 사라져 있다. 세 번째 희생자다. 이것이 촉법소년과 얽힌 ‘A군 연쇄 살인 사건’의 서막이다.
사건 담당으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조민준 형사와 그의 팀이 배정된다. 조민준은 어릴 적, 호기심에 친구를 크게 다치게 한 자신의 반사회적 기질을 억누르며, 오히려 범죄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유능한 경찰이 됐다. 권력이나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범인 잡기에만 골몰해온 결과 되레 굵직한 사건을 속속 해결하며 빠르게 승진해왔다. 그런 그에게도 이 사건은 어딘지 고약하다.
다행이라면, 그에겐 유능한 다섯 명의 팀원이 있다는 것. 특히 뛰어난 공감 능력으로 사건 관계자들을 노련하게 상대하며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하유리와 듀오를 이루어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려 한다. 여기에 형법 제9조, 즉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의 범행을 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지키려 하는 청소년 심리 상담사 윤민우의 조력까지 얻지만 범인이 완벽하게 자신을 감추며 추가 범행을 이어가자 조민준은 난생처음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대체 이 괴물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의 동요는 무엇인가?
노련한 이야기꾼 전건우는 4일간 벌어지는 숨 가쁜 전개와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을 조합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읽기를 멈출 수가 없는, 스릴러의 정수를 펼쳐 보인다.
“촉법인데 뭐가 무서워요?”
사회적 의미에 소설적 재미를 더하다
소설에서 주인공 외에 외롭게 분투하는 이가 하나 더 있다면 청소년 심리 상담사 윤민우다. 그는 현 형법 제9조 촉법소년 불처벌 조항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작가는 그를 설명해주기 위한 에피소드로 별개의 상담 장면을 보여준다. 노숙자를 차로로 밀어 치명상을 입힌 중학교 1학년 소녀를 상담하는 대목이다. 윤민우가 무섭지 않았느냐고 묻자 소녀가 답한다.
“촉법인데 뭐가 무서워요?
그리고 이 챌린지는 아무나 못 하는 거라 성공하면 다들 부러워한다고요.”
소녀의 이런 섬찟한 태도에 윤민우는 되레 그래서 이 형사미성년을 보호하고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죄의식이 없는 게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을 뿐이며, 이는 사회와 성인들의 잘못이라고 말이다. 『촉법소년 살인 사건』에는 이런 윤민우의 입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다수 등장한다. 윤민우와 함께 티브이 토론에 출연한 각 분야의 전문가 패널, 사이버레커의 유튜브 영상에 덧글로 촉법소년 처벌을 촉구하는 일반 시민, 불의를 보면 못 참는 하유리 형사 등 윤민우는 홀로 고군분투한다. 입장이 불분명한 이가 있다면, 주인공 조민우다. 그는 도덕적 논란에는 무관심하 다. 오로지 촉법소년과 관련한 이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일념뿐이다. 작가는 이렇게 입장이 분명한 이 들과 중립적인 주인공을 사건 전개의 한가운데에 던져 이야기의 갈등을 증폭시키는가 하면 과연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고 독자에게 묻는다. 자연스레 독자는 소설의 마지막 순간까지 드러나지 않는 범인 찾기에 나서느라 진땀을 빼는 동시에, 형법 제9조를 둘러싼 이 민감한 사회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 차례
프롤로그
1부. 형법 제9조
2부. 단죄자
3부. 심판대
4부. 혼돈의 시간
5부. 미성년
에필로그
작가의 말
- 지은이: 전건우
2008년 단편소설 「선잠」으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여러 권의 장편소설과 다수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대표작으로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 『고시원 기담』 『살롱 드 홈즈』 『마귀』 『뒤틀린 집』 『안개 미궁』 『듀얼』 『불귀도 살인 사건』 『슬로우 슬로우 퀵 퀵』 『어두운 물』이 있다.
- 책 속에서
이남기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숨기고 싶었던 치부를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조민준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 얼핏 단단해 보이는 표면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을. 단 한 줄의 금이 다른 금을 불러오고, 그 금은 또 다른 금과 이어진다. 균열의 연쇄 작용은 겉을 산산조각 낼 때까지 계속된다. 외피가 깨져버린 인간은 결국 본성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자기를 과신하고 과대 포장하는 인간일수록 껍데기가 깨지는 속도 역시 빠르다. 이남기도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_ 17쪽
“하지만 그걸 악용하는 사례가 너무 많잖아요. 촉법소년일 때 범죄를 저지르면 그거야말로 완전, 아니 완벽 범죄가 되어버린다는 걸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그 사건에서 뉘우친 것도 한 명뿐인 거잖아요.”
하유리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완벽 범죄라…… 어떻게 보면 그 표현이 맞겠네요. 범죄가 들통나도 처벌을 받지 않으니. 하지만 그런 소수의 아이가 있다고 해서 다수의 실수까지 처벌한다는 건…….”
그때였다. 조민준이 손을 들어 윤민우의 말 을 끊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질문을 드린 의도는 이런 소모적인 논쟁을 하자는 게 아니었습니다. 철저하게 범인의 관점에서 봤을 때, 교수님의 신념이 어떤 식으로 읽힐까 그게 궁금했을 뿐입니다.” _124쪽
소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놀란 어머니가 아들 손을 잡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윤민우는 바닥에 고인 오줌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버지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러고는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흐느끼던 아버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_ 171쪽
회의는 2시에 예정돼 있었다. 익숙한 패턴이었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일수록 회의는 잦아진다. 일선 형사 대부분은 그 시간에 발품이라도 파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윗선은 달랐다. 정례 회의, 긴급회의, 대책 회의 등 각종 이름을 붙여 회의하고 또 회의해야 초조함을 더는 게 간부의 습성이었다. 범인이 못 박은 5월 27일까지는 이제 반나절도 채 남지 않았다. 광수대 앞에는 벌써 기자들이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다들 어디서 맞추기라도 한 건지 똑같은 투명 비옷을 입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건물 밖으로는 카메라를 든 유튜버 여럿이 계속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대기 중이었다. _ 193쪽
“하윤이는 상당히 똑똑한 아이예요. 위기 대처 능력도 분명 뛰어날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윤민우가 조용히 말했다.
“제가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나요?” 조민준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네. 김하윤 학생이 납치된 걸 본 후 눈에 띄게 동요하고 있잖아요. 그건 걱정한다는 뜻이에요.”
“저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걱정해본 적이 없습니다.” _ 204쪽
- 작가의 말
누군가는 촉법소년의 근거가 되는 형법 제9조를 비판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럼에도 촉법소년은 벌 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몇 년 사이 촉법소년이라는 사실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미성년의 수가 늘기도 했다. 그런 이들의 악행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촉법소년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나왔다. 대부분 훌륭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촉법소년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펴내고 독자 여러분과 만나게 되었다. 나는 이 작품, 『촉법소년 살인 사건』에서 작가가 옳고 그름을 판단해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작가는 화두를 던질 뿐이다. 그렇기에 읽는 독자에 따라 각기 다른 결론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써 내려갔다.
촉법소년은 아주 민감한 소재이다. 그랬기에 쓰기 전 조사한 자료와 공부한 사례가 무척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것들에 매몰되어 재미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각오로 작품을 썼다. 작가는 화두를 던지되, 그것을 아주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넣어서 던져야 한다는 걸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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